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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 동정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나"... 비누회사 만든 교수의 성공 비결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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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교수님 동정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나"... 비누회사 만든 교수의 성공 비결
작성자 특수교육과 등록일 2026-04-09 조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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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의 다채로운 세상] 발그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하주현 건양대 교수

 

사단법인 무의를 운영하게 된 동기는 휠체어를 탄 딸이었다. 당사자 가족이란 강력한 동기에도 사업체를 꾸려나가고 유지한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아주 가끔 장애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이 일에 뛰어들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분들이 있다.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일하는 '논산발그래일터'와 이를 운영하는 '발그래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하주현 건양대 교수가 그런 분이다.

발그래는 논산에서도 손꼽히는 사회적경제조직으로 29명의 장애 당사자를 비롯한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 관련 기업을 만든 이들은 보통 가족이 장애인인 경우가 많은데, 하 이사장은 조금 다르다. 그가 발그래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4일 하 이사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 본인 소개를 해달라.


"발그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교육학, 교육심리를 전공하고 캐나다에서 창의성을 주제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2002년도에 건양대학교에 임용된 후, 2003년에 특수교육과 설립에 참여했다."

- 발그래를 처음 시작하게 된 첫 계기부터 이야기해 달라.

"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만든 '여행나누리' 동아리가 계기가 됐다. 우연히 기차 안에서 장애 학생과 그 어머니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부모님들이 자녀와 함께 여행 가기가 얼마나 어려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학생 5명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어 여행을 시작하다가 점점 규모가 커져서 학생 10명, 부모 및 장애 학생 20명이 버스 한 대로 연간 서너 차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1박 2일 무주 여행을 갔을 때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 비장애 딸, 어머니가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그동안 아들 때문에 딸이 어머니와 함께 자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어머니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아들이 엄마와 떨어져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랐다. 그날 밤 아들은 계속 소리를 질러 모두가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어머니는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냈다.

여행을 거듭하면서 발달장애 자녀들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처음에는 어디를 가도 들어가기를 꺼리고 식사 시간마다 어려움을 겪던 청년들도, 2년 정도가 지나자 여행을 하나의 '루틴'처럼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다."

- "사고 나면 어쩌냐"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그럼에도 계속해 온 이유는 무엇인가?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나?'하는 오기가 있었다. 이론적 기여를 넘어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창의성 연구를 통해 '포기할 줄 모르고 끝까지 가는 끈기'가 창의성에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도 영향을 주었다. 당시 장애인 관련 활동은 주로 장애인 부모의 몫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 자체가 편견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들도 함께 참여할 때 사회가 더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참가자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서 큰 행복을 느꼈다."

- '여행나누리' 활동을 통해 당사자 부모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됐겠다.

"어머니들이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갈 데가 없다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때 마침 링크(LINC) 사업단에서 창업 제안이 들어왔다. 2017년에 비누 제작을 아이템으로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이후 1년간 준비 모임을 이어가며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했지만, 대부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럴 때마다 '오늘만은 포기하지 말자. 내일 포기하더라도'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초기에 눈물을 보이셨던 어머니의 자녀는 발그래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 어머니는 이후 장애인 주간보호서비스 기관을 설립해 발그래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그리는 미래' 

 

- '발그래' 이름의 탄생 비화도 궁금하다.


"2017년 창업 준비 때 학생들에게 공모했다. 연구실에 자주 드나들던 학생이 '발달장애인과 함께 그리는 미래'를 줄여 '발그래'를 제안했는데,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로고도 디자인과 교수님과 학생들이 재능 기부로 도와주었다."

- 창업 아이템을 비누로 정했는데 이유는?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초기 자본금이 1400만 원에 불과해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급여만 지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누 제작이 가능한 부모회 구성원이 있어 아이템으로 삼았는데, 이후 비누가 화장품으로 분류되면서 규제와 자격 요건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에 직접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갖추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쉽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주변의 도움도 이어졌다. 학교로부터 공간을 지원받았고, 초기에는 팔 제품이 없어서 디자인과 교수님의 도움으로 석고 방향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또한 사회적경제 지원사업에 참여해 재료비와 인건비를 마련해 나갔다."

-그러다가 사업이 안정화된 건 어떤 계기였나?

"월급 문제로 밤잠을 설치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2020년에 장애인 보호 작업장을 설립해 장애 청년들을 고용하고, 비영리법인인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이 되면 비장애인 종사자 월급을 국가에서 지원 받을 수 있어 인건비 걱정을 덜 수 있다. 다만 2년 안에 장애인 20명을 고용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그 부분에 집중했다.

사업 구조를 바꾸면서 발그래는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 장애 청년들을 고용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2022년에는 논산시 시장실로 우리 장애 청년들이 초대된 적도 있었다. 발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주문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계한 점도 큰 성공 요인이다.

"대학은 지역사회에 매우 좋은 자원이다. 디자인과 교수님께 디자인 자문을 구할 수 있었다. 마케팅과 교수님의 조언으로 온라인 마켓의 필요성을 깨닫고, 직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마케팅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었다. 그 외에도 발달장애 청년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숍인숍 매장을 만들고, 지인 소개로 하나로마트 5곳에 입점할 수 있었다. 사회적 기업이자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 시설로서 우선 구매 대상이기 때문에 공공 구매를 통한 매출 증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 발그래 상품의 특징은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상품은 무엇인가?

"발그래의 대표 상품은 비누이며, 그중에서도 딸기 방향제, 시나몬 주방 비누, 어성초 세안 비누가 인기가 높다. 논산이 딸기로 유명하다는 점을 활용하여 딸기 비누와 디퓨저를 개발했고, 논산 딸기축제에서 4일간 6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발그래 비누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며, 1000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특히 제품 레시피는 스웨덴 왕립대학 출신의 의대 교수 자문을 받아 개발한 것으로, 품질과 안정성 측면에서도 신뢰를 높이고 있다. 품질과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회적 기업'이나 '장애인 작업장에서 만들었다'는 설명 없이도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선택받는 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버틸 수 있는 '창업 동지'가 있어야


- 발그래가 고집하는 운영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원칙이 실제로 어려운 결정의 순간에 발현된 적이 있는가?


"여덟 가지 원칙이 있지만, 그중 세 가지만 소개하겠다. 첫째, 조합의 성장과 이윤은 모두 약자를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둘째, 더 많은 고용을 위해 자동화를 최소화한다. 셋째, 지역 사회, 지역 대학과 연계한다. 이 원칙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방향을 잡아주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비누를 만들 때, 다른 곳에서는 자동화로 비누가 척척 만들어지지만, 발그래에서는 교반기(섞는 기계)를 사용하는 과정까지만 기계로 하고, 이후 비누를 자르고 성형하고 포장하는 과정은 모두 청년들의 손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해야 청년들의 일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이 자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해하고, 아들딸이 만든 제품을 주변에 선물하고. 뿌듯해하신다.

- 장애인 근로자의 특성을 고려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더라. 그런 사례가 있는지?

"우리 제품 중 하나인 장애인식 보드게임을 포장할 때는 70개의 쿠폰을 넣어야 하는데, 어떤 청년들에게는 숫자를 세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쿠폰을 10개씩 올릴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청년들이 계산하지 않고도 하나씩 올리기만 해도 10개 단위로 정확하게 포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뜨개 장난감을 활용해 수세미를 만드는 등, 청년들이 간단한 동작으로도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 발그래로부터 전혀 월급을 받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모델이 되어 조언해 주는 위치가 된 지금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버틸 수 있는 '창업 동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장애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직원들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나에게는 이분들이 가장 소중한 동지이다. 발그래에서 내부 승진을 통해 조직의 역사를 아는 인재들이 계속 리더십을 이어가기를 희망한다. 직원 중 한 명은 내 제자이며, 앞으로도 지역의 인재를 흡수하며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 발그래와 같은 대학 연계 모델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맞다. 지방 대학이 지역 사회를 살리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 시설은 지금 교육 및 복지 시설로만 한정되어 있어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노유지 시설이 들어오기 어렵다. 대학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나? 법적 규제가 풀려야 지방 대학의 유휴 시설을 활용하여 장애인 평생 교육 시설 등을 만들 수 있다."

- 발그래 직원들과 함께했던, 마음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허리 통증으로 발그래를 그만둔 청년이 있다. 그 친구는 매일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르고 전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얼마나 외로울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 부모님은 아파서 일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청년은 갈 곳이 없어 외롭다. 다른 직장으로 전환 취업했던 청년들이 상처를 받고 다시 발그래로 돌아오는 사례를 볼 때도 마음이 무겁다. '야!'라는 말 한마디도 그들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 장애인 고용 기업에 해주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무엇인가?

"장애인에게는 생활 연령에 맞춰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생활 연령이 30세라면 30세 성인으로 대우해야 한다. 함부로 이름을 부르거나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청년들이 우호적이지 않은 외부 세계를 무서워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 발그레의 10년 후 꿈은 무엇인가?

"정기 구독 제도인 '나눔회원'이 현재 200명인데, 10년 후에는 1만 명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눔회원' 제도는 발그레 제품과 다른 장애인 고용 기업의 제품(대전 견과류, 양산 꿀, 영암 잼)을 함께 보내는 방식으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발그래의 성장이 더 많은 장애인 일자리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출처: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511313?sid=102